글/기루니즈

[포토픽션] 그곳(The Place) 2_3 목격자와 피해자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17. 20:35


 서류는 어지럽게 쌓여있고 마시다만 커피잔에 재털이에는 꽁초가 수북하다. 이 책상의 주인은 지독한 골초인 모양이였다.
 "아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구만. 확인 해볼게 있었거든."

 한손에는 커피잔을 한손에는 서류를 들고 나타난 남자는 낮에 봤던 경찰양반이였다.
 "음? 아아 미안미안 책상을 같이 쓰는 동료가 워낙 담배를 많이 피워대서 말이지."
 담배꽁초 냄새가 거슬렸었는데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 그는 책상에 올려져있던 재털이를 건너편 책상으로 보내버렸다.
 "나도 슬슬 괴로운것이 신경쓰이겠다 싶었거든 흐흐"
 그는 멋쩍은듯 웃고있었지만 그다지 좋아보이는 인상은 아니였다. 눈매가 날카로워 그런지는 몰라도 웃고 있는것인지 구분이 모호했다. 
 
 "최형사님 피해자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아 그래?"
 다른 형사인지 모를 사람이 또한 뭉치의 서류를 들고와 눈앞에 앉은 남자에게 보여주었다. 그가 서류를 훑어봄과 동시에 서류를 가져온 남자가 그에게 서류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하였다.

 "피해자의 이름은 이민철 나이 22세 남자. 고향은 다른곳이고 이곳에서는 원룸에 살고있었습니다. 얼마전까지 OO동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했었지만 이틀전 무장강도 신고이후 실종. 전과는 없지만 신고 이후에 사라져 버려 무장강도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근거가 없음. 금일 낮 17시경 OO원룸 근처 쓰레기장에서 유기된채 발견, 사망 추정시간은 오전 11시경..으로 예상되며.."

 "학생. 들었지?"
  그는 브리핑이 끝나기도 전 나에게 대뜸 말했다.

 "11시에 죽었대잖아. 학생이 잘못봤던거야."
 "하..하지만.."
 
 납득 할 수 없다. 
 처음 봤을때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에는 분명 살아있는 사람이였다.
숨을 쉬고, 맥이 뛰고, 움직이고, 말을 하는. 살아있던 사람이 이미 11시에 죽어있었다는건 믿을 수 없었다. 무엇인가 착오가 있는것 아닐까.

 "무언가 착각했었을지 모르지 흔하게 겪는 일은 아니니까 당황했었을 수도 있고."
 정말 그랬던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그나저나 영아씨는 우리하고 조금더 고생해 줘야겠는데? "
 "그러게요. 선배가 아니라고 하니 어쩔수 없죠."
잠깐 잊고 있었지만 나와 같이 조사를 받는 여자가 있었다. 이름은 유영아라는것 같고 옆집에 살던 선배가 실종됐다고 한다. 선후배라는것 그 이상 그 이하의 관계도 아닌것 같고 오히려 옆집에 살고있었다는 사실과 그날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 만으로 이틀째 경찰서에 출두하고 있는 것이 꽤 못마땅한 모양이다. 
 내가 발견했던 남자가 혹시 실종되었던 그 선배라는 사람일지 모른다는것도 있고 아직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인지라 참고인으로 나왔다는 것도 같고.. 

 "그래도 말이야. 내가 보기에 영아씨는 좀.. 응 좀 그래."
 "뭐가 그렇다는 건가요?"
 "사람이 실종 됐으면 그래도 좀.. 아 이왕이면 좀 살아서 다시 나타나면 좋겠다~ 라던가. 응? 선후배 관계라더니 좀 그렇단 말이지. 죽은 사람이 선배였으면 하는게 너무 티가 난단말이야."
 "... 별로 안그랬는데요."
 "뭐 흐흐 그렇다면 다행인거고."
 
 대화의 양상을 들어보니 그 남자가 선배였으면 덜 귀찮아지지 않았을까 했던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다고는 하지만 저정도면 상당한 독종이다. 

 "그럼 더이상 별다를 일이 없는것 같으니까 전 가봐도되는거죠?"
 "뭐 그렇게 됐네. 나머지는 내일하자고"


 그녀가 조사를 마치는 것과 비슷하게 나 역시도 더이상 이렇다 할만한 진전도 이득도 없는 입장이라 귀가하는것으로 결론이 났다.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더 이상 내가 관여 할 수 있는 부분도 없는것만 같고 단체로 나를 속여먹고 있는것 같다는 불신까지 생겨난다. 모르겠다. 잊어야지. 
 살아있던 죽어있던 어찌되던간에 타인이다. 지독히도 무서운 이야기겠지만 까놓고 말하자면 그와 나는 무슨관계가 있을 것인가. 그들(경찰)의 말대로라면 그저 나는 시체를 신고했을 뿐일테니까..
 
 계단으로 내려갈까 하다가 엘레베이터가 열리기에 조금 먼저 나온 아까 그 여자와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게 되었다. 외모를 논하기전에 워낙 사무실에서의 냉랭한 모습을 봐서 그런지 관심보다는 거부감이 우선이다.

 "그 죽었다는 사람, 얼굴 봤어요?"
그녀가 무슨일인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묵묵무답으로 있기보단 간단하게 대답해주는 것이 나을것 같아 네 하고 짧게 대답했다. 그래도 선배가 실종되었다고 하니 신경이 쓰였던걸까.

 "참으로 이상한 동네네요. 되잖은 사건이나 벌어지고. 불안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강도에 실종에 살인사건까지."
 아.. 신경써주는게 아니라 그저 불만이 있었던것 뿐인듯 하다.
 그 후 그녀는 건물 밖을 나와서 헤어지기 전까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지독한 개인주의, 흔히말하는 군중속의 고독을 느낄수 있게 해주는 여인네였다고 하면 정답일것이다. 

 한참을 걸어 버스를 타고 원룸촌에 다시 도착을 했지만 다시 저녁 무렵 그 쓰레기장을 지나가려니 그 남자가 잊혀지지가 않았다.
흉흉하다라. 그 말 만으로 설명하기에 과도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니 그 남자.. 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