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
분명 손님은 아니다.
이 동네에서 아르바이트를한지 두달째. 거의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오가는 조막만한 동네 편의점에서 낯선 사람을 구분해 낸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일단 이 사람은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온 기간동안 한번도 본적 없는 사람이 분명했다.
"경찰이오. 잠시 물어볼게 있어서 말이지."
거기다 경찰.. 우와..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엄습해온다.
맨날 빠찡고장에서 코인돌리는 우리 사장님덕에 나타난걸까. 아니면 '준'복부인 같은 사모님때문에 나타난걸까. 이쪽이든 저쪽이든 좋게는 생각되지 않는편이지만 말이다.
"무슨 일이시죠?"
조금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사장이든 사모든 문제가 생기면 나역시 알바자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것이니 일단은 조심조심 다가가 봐야한다. 배회하는 경찰은 무해하지만 멈춰선 경찰은 위험하니까. (좋은의미던 나쁜의미던..)
하지만 물어볼것이 있다던 경찰관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사람 설마 나때문에 온건가.
"아아 미안하게됐수다. 아는 사람하고 닮아가지고말이야. 뭐 그건 그렇다치고 다른것이 아니라 요근래 들어서.. "
닮아보인다는 이유하나로 사람을 그렇게 빤히 바라보다니 실례다. 일단 경찰관의 이야기는 상당히 심란한 이야기였다. 옆동네 편의점에서 강도가 들었다는것이다. 그것도.. 무장강도가! 대강 위치를 들어보니 OO원룸촌 OO마트구만.. 거기라면 원래 내가 아르바이트 하려고 했던 가게인데. 혹 거기 근무했었으면 내가 위험했던것 아냐?
"혹시 근무하시면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보인다던가. 수상한 사람은 보지 못했수?
OO마트 사건도 목격자로 보이는 사람이 실종되어 버려서 말이지. 관계가 있는것도 같고.."
오오.. 목격자를 없애버린건가.. 거의 영화를 찍었군.
"글쎄요.. 일단 제가 근무하던 중에는 그렇게 위험해 보이는 사람들은 못본것 같네요.
가끔 밤중에 취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나마 위험한 편이겠죠?"
경찰관은 그 후에도 이것저것 물어보며 한참 조사하고는 고맙다며 삼각김밥 두개와 콜라 한캔을 계산하곤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혹시 수상한 사람을 보거나 이상한 일이 생기면 경찰서에 신고도 좋지만 자신에게도 따로 연락해 달라는 것이였다.
'특이한 사람이네.'
생각해보면 그냥 일반 경찰관이 저렇게 탐문수사 같은 걸 잘 할턱이 없을 테니.. 아마도 형사인걸까? 뭐.. 아무래도 좋았다.
낮 타임이 지나고 슬슬 해도 뉘엿뉘엿. 퇴근시간 플러스 교대시간이 가까워지자 조금 기분이 들떠있었다.
"흥흥~ 룰룰~"
인수 인계를 하기전에 일단 청소부터 해놔야 불만이 없겠지. 다음 교대하는 사람은 나보다 나이도 두살이나 많은 누님인터라 교대 전에 청소를 하지 않았을때엔 꼭 쿠사리가 들어오곤 했다. 뭐 대충해야지 대충.
-딸랑
선반 밑과 바닥을 닦고나니 시간이 적절했던 듯 교대하러 알바 누나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흠.. 오늘도 저꼬라지인가.
"청소하는 중인가봐. 어느정도 됐으면 이제 들어가봐야지"
"네에~ 걸래좀 가져다 두고요"
성격은 크게 되바라지진 않았지만 옷입는 센스도 그렇고 화장끼하나도 없이 저렇게 선머슴처럼다니니 남자친구가 없는거지. 원판은 썩 나쁜편은 아니지만 너무 후줄그레 해보인다고 해야하나.. 매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뭘 그렇게 뚫어지게 바라보니? 내 얼굴에 뭐 뭍었어?"
아.. 멍하니 생각 한다는 것이 얼굴을 보고 있었나보군. 쓸데없는 오해는 안해줬으면 하는것이 내 마음이였다. 아마 스스로도 그런생각은 없는 사람일것 같으니 말이다.
"아녀. 그보다 화장좀 하고 다녀요. 남자인 내가 봐도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 라구요"
순간 당황해서 속에 있던 소리가 필터링 없이 뱉어나왔다. 아.. 이거 위험하지 않을까..
"..."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확실히 분위기가 위험하다. 이럴땐 도망이 최고...
"호야."
"...네?"
또 다시 찾아오는 폭풍 전야. 평소에는 부르지도 않던 이름까지 불러졌다. 확실히 위험하다 확실히.
그렇게 한참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중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눈을 대굴대굴 굴리며 긴장하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예상외의 반응으로 대응해왔다.
"확실히 좀 그렇니?"
"그.. 에?"
분명 노처녀 히스테리 급의 쓰나미가 몰려올것으로 예상했건만 의외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것일까. 그럼 방금의 침묵도 고민의 일환이라는 것일까. 지금에서라도 '좀 그렇다'라는것을 인식했다는 것이 조금은 기쁘다고 해야하나.. 그보다 평소와 반응이 다른건 어째서 인지 알 수 가 없다.
"저기 누나. 무슨일 있었어요?"
아. 방금 분명 흠칫했다. 최근에 나 말고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겠지.
"..."
재차 찾아오는 침묵의 시간. 이유는 모르나 더이상 묻기가 두려워 지는것이 슬슬 이 화제에서 발을 빼야하는 시점인것 같다.
"그냥 못들었던걸로 해주세요. 슬슬 퇴근해야지요~ 퇴근."
그 길로 잽싸게 근무복에서 원래 옷으로 갈아입고는 도망치듯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나오기 전까지도 뭔가 넋이 나간듯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고있는것이 분명 무엇인가 있다. 하지만..
"과도한 의문의 탐미는 수명을 줄이는 법이지. 알면 다치는 법이야. 음음."
◇
시가지를 지나 골목을 끼고 돌았다.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하루 고생한 만큼의 휴식이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며 멀찍하게 서있는 원룸을 바라보았다. 밤에는 사람 그림자 구경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해가 멀쩡히 떠있는 이런 시간에도 인기척이 없는 동네라.. 이 도시에 사는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이건 마치 유령도시 혹은 혼자만의 원더랜드 같은 기분이다.
건너편 원룸 촌에서는 강도사건이 발생하고 사람이 사라지고 흉흉하기 그지없다. 이 곳도 그렇게 안전한 곳은 아닌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근래들어 부쩍 사건 사고 소식이 잦아지는 것은 어쩌면 계절탓일지도 모르고.. 뭐.. 싱숭생숭한 계절이니까. 라며 스스로 납득도 해본다.
"에?"
내 방의 지척.
건물 밖의 쓰레기장을 스쳐지나가던 찰라 무심상하니 바라본 쓰레기 더미에서 이상한것을 볼 수 있었다.
쓰레기 더미 사이로 그 쓰레기들중 하나인것 마냥 버려진 사람 몸뚱이.
분리수거를 위한 형형색색의 쓰레기 봉지들 사이로 원래는 깔끔했을 터인.. 더러워져 넝마주이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이질적이여서 나에겐 그것이 사람이라기 보다는 마네킹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와 버렸다.
살아있기는 한것일까.
흉흉한 요 근래 도시 정황의 표본인듯한 일이다. 쓰레기 더미가 흩어진것도 아니니 쓰러졌다기 보다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버려졌을 지도 모른다.
-부스럭
죽은듯 멈춰있던 '버려진 사람'이 움직였다. 다행히 살아있는것인가 싶어 안도의 한숨을 쉬곤 이제 버려졌다기 보다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무슨일인거에요?"
-0905060239
'글 > 기루니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토픽션] 그곳(The Place) 2_3 목격자와 피해자 (2) | 2009.05.17 |
---|---|
[포토픽션] 그곳(The Place) 2_2 유영아와 최미호 (4) | 2009.05.14 |
[포토픽션] 그곳(The Place) 2_1 접촉자와 전달자 (0) | 2009.05.12 |
[포토픽션] 그곳(The Place) 1_2 실종.실험.출현 (1) | 2009.04.30 |
[포토픽션] 그곳(The Place) 1_1 프롤로그 (1) | 2009.04.14 |